라멘이란 음식을 처음 먹어 본 것은 대략 20여 년 전 대학생 때 갔던 일본에서였다. 당시 숙소로 잡은 집 근처에 도저히 그냥 지나가기 힘든 냄새를 풍기는 실내 포장마차 같은 비주얼의 라멘집이 있었는데, 늦은 밤까지 항상 라멘을 먹는 사람들로 붐볐다. 호기심에 며칠을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마음먹고 도전해본 그 라멘의 맛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충격이었다.
라멘은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 하고는 아예 다른 개념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진하고 기름지고 짠 국물에, 처음 먹어보는 식감의 면, 푸짐하게 올라가 있는 고명들. 너무 오래 전이라 국물이며 면이며 고명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라멘이라는 음식의 거대하고도 복잡 미묘한 세계와 처음 조우한 강력한 경험으로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는 거의 매달 일본 출장을 가는 덕에, 라멘을 먹을 기회가 꽤 있었다. 아직 한국에는 제대로 된 일본식 라멘이 소개되기 전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없던 시절이라, 경험의 폭이 클 수는 없었다. 그저 TV나 잡지에 소개되었거나 현지인이 추천해 주는 곳을 가본다던지,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곳에 용감하게 들어가 보던지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회식자리에서 술과 안주만 먹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늦게까지 하는 라멘집에 들러서 라멘 한 그릇을 후루룩 먹는 것이 전형적인 일본 샐러리맨의 코스이다.
우리나라는 해장을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 때 하지만, 일본의 샐러리맨들은 술자리 끝에 하는 셈일 것이다. 나도 일본 아저씨들을 따라 저녁 술자리가 끝나면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라멘을 한 그릇씩 먹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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